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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식재료&요리

이렇게 수고스러운 일이었다니? 도토리가루 만들기

안녕하세요. 제가 블로그를 시작한 지 딱 한 달이 되었습니다. 오늘처럼 기념적인 날 도토리묵에 막걸리를 꼭 먹어야겠습니다. 그래서 이틀 전부터 사부작사부작 말린 도토리로 도토리가루를 만들고 있었는데요, 정말 고된 일이 더라고요. 들려드릴게요!

 


1. 물에 불리기

먼저 가루를 만들기 위해서는 말려두었던 도토리를 물에 씻어 담가서 하루이상 불려줍니다.
불리는 동안 물을 갈아줘야 쓴맛이 잘 제거된다고 합니다. 도토리는 쓴맛을 적당히 잘 제거하는 게 핵심인 거 같아요. 또 너무 빼버리면 도토리 특유의 그  약간 쌉싸름한 맛이 사라질 테니깐요.

물에몇번씻어서 담궈서 불리기

기껏 말렸는데 또 불려야 한다니, 어쩐지 억울합니다.

하루동안불린도토리

2. 갈아서 면포에 짜기

불린 도토리를 적당한 양의물과 함께 믹서에 넣고 갈아줍니다. 저는 닌자초퍼로 갈아줬습니다.

오늘도열일하는닌자초퍼

갈린 도토리를 삼베주머니나 면포 혹은 재래시장에는 도토리가루 전용 자루도 판매한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사용했어요.

다이소 삼베주머니 가격은 2000원

 

지금부터 도토리가루 만들기를 시작해볼까

믹서로 간 도토리를 삼베주머니에 넣고 깨끗한 정수에 주머니를 담가서 조물조물해 줍니다.
이제부터는 뭐 없어요. 내손목이 떨어져 나갈 때까지 저 도토리에서 국물이 나지 않을 때까지 요령껏 치대야 합니다.

주물주물주물

미운 사람 얼굴이라 생각했다가, 화가 났던 일도 떠올려보고, 내가 왜 도토리를 주웠을까 나에게 화를 내도 보고  주먹질을 발사도 해보고 온갖 스트레스를 풀어보며 조물조물해 봅니다.

3. 앙금 가라앉히기

체로거르기

그렇게 몇 번이고 치대고 또 치대고 치댄 물은 큰 통에 가는 체를 이용해 걸러서 하루동안 가만히 앙금이 가라앉게 시원한 곳에 둡니다. 날씨가 추울수록 가루가 잘 가라앉는다고 하네요.

김치통아래가라앉은도토리앙금

큰 김치통에 채워놨던 도토리물을 윗물부터 살살 따라내면 맨 아래 바닥에 아주 종이 한두 장정도의 앙금이 생겨있습니다. 통마다 가라앉은 이앙금만 긁어모아서 물을 붓습니다.

미숫가루같은도토리앙금

바로 이게 마르면 도토리 가루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 끝난 게 아니고, 이게 가라앉길 기다렸다가 물을 한두 번 정도 갈아줘야 쓴맛과 떫은맛이 또 빠진다고 합니다.

미숫가루가이렇게변해요

미숫가루 같았던 색이 시간이 지나면 또 저렇게 진갈색으로 변하더라고요. 한 번만 갈아주고 끝낼게요.
전 왜 도토리묵이 쌌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정도로 만드는 게 수고스럽다면 묵 하나에 한 백만 원은 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마음입니다.

 



4. 앙금 말리기, 갈기

드디어 끝이보인다

쓴 물을 버리고 밑에 가라앉은 도토리앙금만 싹싹 긁어모았습니다. 제 손목과 인내와 눈물과 바꾼 도토리앙금입니다. 이것을 말려서 또 갈아내야만
비로소 도토리가루가 완성되는 것입니다. (빰빠빰)

오늘저녁에먹어볼꺼

당장 묵을 쒀야 하기 때문에 종이컵 한 컵분량을 덜어놓고 말려봅니다. 그래도 그리 많지 않네요. 총 종이컵 3컵이나 될까 싶네요. 호기롭게 도토리를 말리면서 친정엄마, 시어머니, 친한 언니들한테도 맛 보여준다고 아주 당당하게 말하고 다녔는데.. 결과물이 너무 초라해서 큰일이 났습니다 ㅎㅎ.
혹시 누군가가 나에게 도토리로 가루를 만들어서 준다면, 당신은 정~~ 말 사랑받고 있는 사람이란 걸 믿어 의심치 마세요. 이런 수고와 고생을 당신을 위해 기꺼이 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거잖아요. (부럽다..)
일단 저는 도토리여정의 대망의 마지막 영광의 묵 쑤기와 맛있게 먹기만 남은 상태고요. 오늘 바로 이어서 진행해보려고 합니다~~♡ 오늘 저녁으로 다들 도토리묵무침에 막걸리 한잔 어떠신가요?
이따가 다시 찾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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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참!! 제가 딱 한 달 되는 오늘 다음최적화 가 되었어요. 정확히 어떻게 좋아지는 건지는 모르지만, 한 달이 되면 저절로 되는 건가 봐요! 나름 유의미한 일이라 생각하고 혼자 축하해 보려고요~
짝짝 애썼다. 나 자신!!
한 달 전에 나는 이렇게 매일매일 나의 일상을 기록하게 될 줄 몰랐지_ 이 모든 영광을 정언니에게 바치며👍